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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폭발 막아라” … 15분에 목숨 걸고 방사능과 싸우는 ‘최후의 50인’

 

중앙일보 | 김동호 | 입력 2011.03.16 00:21 | 수정 2011.03.16 01:46

 

[중앙일보 김동호]

일본 공무원들이 13일 방호복을 입고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의 피폭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방호복 차림은 행동하기가 불편한데 도쿄전력 직원들은 이 차림으로 원자로를 식히는 물 주입 작업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로이터=뉴시스]

방사성물질의 방출이 계속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이곳에는 마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무라이들처럼 일본을 구하기 위해 방사능 공포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50인의 원전 직원이 있다. 제1원전의 2호기에선 15일 오전 6시15분 폭발이 일어났다. 요미우리(讀賣)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1원전에선 800명이 일했지만 이 폭발에 따라 최소 인력인 50명만 남기고 750명은 일시에 현장을 떠났다. 이날 오전 2호기 주변에서 관측된 400밀리시버트(mSv·방사선량 단위)의 피폭 환경에선 인간이 15분밖에 작업할 수 없다. 그 이상은 인체에 치명적이다.

 앞서 12일 오후에는 베테랑 직원인 당직팀장이 10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돼 구토와 울렁거림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후송됐다. 고압으로 부풀어오른 1호기 격납용기 내부의 증기를 빼기 위해 뚜껑을 개방하는 작업에 나섰다가 피폭된 것이었다. 그의 용기 있는 활약으로 격납용기에 균열이 생기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이 작업은 원래부터 대량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위험이 뒤따랐다. 이 때문에 1호기의 구조에 밝은 당직팀장이 자신이 해야 한다며 직접 나섰다. 그는 '타이베크'로 불리는, 전신을 감싸는 복장과 마스크를 몸에 걸치고 손을 빨리 움직여 뚜껑을 열었지만 불과 10분 만에 인간이 통상 1년 동안 쬐게 되는 방사선량의 100배에 해당하는 방사선에 노출된 것이다. 현재 원전 내부는 정전이 계속되고 있다. 건물 안이 칠흑같이 어둡기 때문에 작업 효율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다. 원격제어도 불능상태여서 원자로 냉각을 위해 뚜껑을 여는 작업도 수작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 급수가 진행되면 원자로 내부 압력이 상승해 원자로의 붕괴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 가스를 외부로 방출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가스는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방출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야 한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작업에 수많은 일본인의 목숨과 안전이 달려 있다.

김동호 기자 < dongho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