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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들 다 혀 내두른 300억원짜리 협상력


 

 

남극수역 最多어선 출입허가 받아낸 권현욱씨… "깡으로 버텼다"

"제가 흔들리면 국익이 흔들린다는 생각에 깡으로 버텼죠."

권현욱(51) 농림수산식품부 국제기구과 서기관은 지난달 초 남극에서 가까운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섬에서 열린 CCAMLR(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에 한국측 협상 수석 대표로 나섰다. 여기서 한국의 메로(이빨고기)잡이 어선이 남극 수역에서 회원국 중 가장 많은 6척까지 들어갈 수 있는 허가를 받아냈다. 연간 300억원의 경제적 효과에 해당한다. 게다가 2048년 각국이 남극 영유권을 결정할 때 한국의 입지가 좀 더 견고해지는 효과도 얻게 됐다.


한국에서 '메로'라고 불리는 이빨고기는 남극권에만 살아 CCAMLR이 멸종 위기종으로 정해 어획량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호텔이나 고급 횟집에서 고가에 팔리는데 50㎏ 한 마리 값이 100만원을 넘는다.

이 때문에 각국이 나선 2주일의 협상은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한국이 가장 많은 6척의 어선 출입 신청을 내자 뉴질랜드·호주 등의 견제가 심했다.

"하루 네 번 열리는 회의 때마다 경쟁국들은 '한국에 조업권을 줘선 안 된다'고 발목을 잡았어요. 폐회 전날에는 뉴질랜드·호주·영국·미국이 공동으로 '한국의 남극 어족자원 보호 능력이 의심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어요. 정말 울고 싶더라고요."

그와 동행했던 남성들은 일찌감치 흔들렸다. 한 수산업체 간부는 하루 3~4시간밖에 못 자는 강행군 협상에 경쟁국들의 집단 반대까지 겹치자 충격을 받고 호텔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았다. 우리가 낸 출입 어선 수를 줄이자는 동료도 있었다. 하지만 권 서기관은 굽히지 않았고 경쟁국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날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CCAMLR 사무국 전문가들을 한국에 초청해 한국의 선장·공무원·과학자들에게 남극 어족자원 보호교육을 시키겠다고 제안했습니다."

40차례 넘게 국제 협상장에 참석하면서 CCAMLR 사무국장과 쌓은 친분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미리 사무국장에게 교육 프로그램에 관해 귀띔했고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사무국장은 제안에 적극 동의했고, 경쟁국들은 반론을 내놓기 어려웠다.

경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보수적인 부모님 뜻에 따라 간호사가 되려고 했었다. 하지만 간호사 시험에 떨어지고 공무원(9급) 시험엔 붙었다. 처음 간 곳이 수산청이었고 부모님은 "여자가 험하게 바다에 관한 일을 하게 됐다"며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물고기가 펄떡거리는 바다는 역동적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런 수산 자원을 많이 확보할지 고민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이후 32년 수산정책에만 매달렸다. 평일엔 찜질방, 주말엔 산을 오르며 스트레스를 풀고 체력도 키운다는 그는 "국제 협상장에서 여성의 사교성과 언변은 상당히 효과적"이라며 "앞으로도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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