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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아이 구하기는 의무, 5%를 기부하라

남의 아이 구하기는 의무, 5%를 기부하라

  • 입력 : 2009.08.04 19:25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출간

국내에서도 기부 문화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부는 “하면 좋다”는 권장 사항이지 “해야 한다”는 의무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호주 출신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가난 때문에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을 돕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며, 생계에 대한 걱정이 없는 사람들은 소득의 일정 부분을 반드시 기부해야 한다고 간결하고도 확고하게 말한다.

그는 기부의 당위성을 윤리적으로 설명하고 기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책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산책자 펴냄)에서 먼저 “왜 내가 번 돈으로 남의 아이를 구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한다.

물론 사람은 자기가 번 돈을 마음대로 쓸 권리가 있다. 그러나 뭔가를 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해야 할 ’당위성’까지 확보하지는 못한다. 누군가가 사치를 하려고 윤리적 책임을 저버렸다면, 사치를 할 권리가 인정된다 해도, 당연히 해야 할 윤리를 외면한 데 대한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부유한 나라의 사람들이 번 돈이 오로지 스스로 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부자가 부를 추구하려면 빈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선진국 기업은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빼앗아 자신들의 사업에 가져다 쓰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후진국 사람들을 위협한다.

“이미 충분히 기부한다”는 말도 선진국 사람들의 착각이다. 유엔이 권장하는 국민총소득 대비 대외원조액 비율인 0.7%보다 많이 원조한 나라는 스웨덴,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일부 국가뿐이다.

여전히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절대 빈곤에 시달려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해마다 5세 이하 유아 970만명이 죽어 간다. 부유한 사람들이 포기하고 희생하는 약간의 사치로 가난한 사람들은 생명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이 기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풀이하고 기부를 해야 하는 윤리적 이유를 짚어보는 것은 실천할 마음가짐을 일깨우려는 목적 때문이다. 저자는 “절대 빈곤을 줄이자는 것이지 독자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실천 방식, 즉 “소득의 5%를 기부하라”는 말도 ’획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택해야 할 윤리적 방향을 잘 잡아준 덕에 이런 실천 방식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또한, 소득의 50%를 기부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저자가 제시한 실제 사례들을 보면, 5% 기부는 그리 실천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소득의 5%를 기부한다 해서 삶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삶을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민 개인이 이런 개인적인 노력에 더해 정부가 대외 원조를 제대로 하도록 요구한다면 금상첨화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과 다른 나라의 국민은 각자의 정부가 더 많은 대외 원조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그 원조가 세계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돕는 원조가 되도록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함규진 옮김. 276쪽.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