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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제일 많이 쓴다는 우리나라 진짜 제대로 알고 쓰시나요?


화장품 제일 많이 쓴다는 우리나라 진짜 제대로 알고 쓰시나요?

 

화장품에 커다란 비밀이 있다고 주장하는 여성 두 명이 등장했다. 오랫동안 화장품업계에 종사했으며, 현재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구희연, 이은주 씨다. 그녀들이 말하는 화장품 바로 알고 쓰는 방법.

화장품업체 로레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낮에는 12.9개, 밤에는 6.47개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성들은 밝고 탄력 있는 피부를 갖기 위해서 세계에서 제일 많은 화장품을 애용한다.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이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화장품 오남용, 피부비만의 원인

우리나라 여성들은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으로 구성된 기초 4종 세트를 신앙처럼 믿고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홈쇼핑 등에서는 10종 세트가 넘는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구희연 씨와 이은주 씨도 누구보다 열심히 화장품을 바르는 착실한 소비자였다.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하고, 각종 연구 논문과 화장품 관련 원서들을 읽으면서 화장품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화장품의 성분 표시제가 시행됨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화장품 지식과 선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라는 책을 집필하게 됐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 유명 화장품회사에 입사해서 교육 업무를 담당했어요. 저도 그때는 ‘화장품 마니아’였죠. 화장품의 기능을 맹신하고 값비싼 화장품들을 사들이느라 바빴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피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으려고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좋다는 화장품도, 사실은 비용만큼 효과를 보는 것 같지 않았고요. 그때부터 화장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은주 씨는 화장품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신제품이 나오면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효능만을 믿고 교육을 했던 것, 화장품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썼던 것을 반성했다. 그녀와 함께 책을 공동 집필한 구희연 씨는 사정이 달랐다.

“저는 20세에 아토피가 생기면서 고민에 빠졌어요. 화장품을 의약품처럼 생각하고 더욱 집착했죠. 천연화장품을 사서 쓰기도 하고, 직접 만들어 쓰기도 했어요. 하지만 피부 상태는 전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피부는 오히려 화장품을 줄이면서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화장품의 오남용으로 오히려 피부가 망가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 피부가 흡수할 수 있는 이상의 화장품을 바르면, 잉여량이 표피 위에 머물러 피부 모공을 막아 호흡을 방해하면서 오히려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화장품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피부에 맞게 적당히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그것입니다. 지나친 영양으로 인해 피부 비만이라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을 막자는 거죠.”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란 책을 발표한 구희연(좌) 씨와 이은주(우) 씨.

기초 4종 세트는 우리만의 원칙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 등의 기초 4종 세트를 꼭 써야 한다는 원칙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여성들만의 생각이라고 한다. 각각의 화장품은 점성과 탄성에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모두 같은 제품이다. 유사한 원료에 폴리머(화장품 내용물의 점성과 탄성을 결정짓는 화학물)를 어떤 식으로 첨가하느냐에 따라 묽으면 스킨, 점성이 높은 순서대로 로션, 에센스, 크림이 만들어진다. 기초화장품 중 자신의 피부에 맞는 한 가지 제품만 사용해서 땅기는 느낌이 없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도 화장수와 크림 개념만 있을 뿐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나이가 점차 어려지고 있다는 겁니다. 거리를 걷다보면 화장을 한 중·고등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피부 자정 능력이 활발해서 당장 눈에 띄게 피부가 나빠지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피부에 쌓인 노폐물 때문에 피부가 칙칙해지고, 잔주름도 너무 빨리 찾아옵니다.”

이은주 씨는 그래도 화장을 꼭 하고 싶다면, 색조화장품을 구입하기 전에 저자극성 클렌징 제품으로 꼼꼼하게 세안을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구희연 씨는 BB크림의 경우도 세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화장품의 트렌드가 ‘생얼’이라는 피부톤을 중심으로 흐르다보니, 우리나라 여성들의 75%가 BB크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BB크림은 피부 재생력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나온 스킨케어 제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멀티 기능을 가진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메이크업 제품으로 변신했죠. 하지만 최근 BB크림의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어요. 파운데이션, 메이크업베이스, 자외선 차단 기능까지 추가되면서 세안을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모공이 막히고 피지 배출이 어려워져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고, 색소 침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크림과 BB크림을 따로 바르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들은 자외선 차단 기능이 섞여 있는 BB크림을 선호하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500원 동전 크기만큼 3~4시간마다 덧발라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엄청난 양의 BB크림을 발라야 한다. 따라서 선크림과 BB크림은 따로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화장품 유통기한은 철저히

“화장품은 무엇보다도 세균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때문에 얼굴이나 눈에 직접 바르는 색조화장품의 경우,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1982년 미국의 한 여성은 마스카라를 바르다가 실수로 각막을 긁어서 실명 위기에 처하기도 했죠. 그녀가 당시 사용한 마스카라는 리필이 가능한 제품이었는데, 너무 오래 사용한 마스카라 브러시에 ‘슈도 모나스’ 라는 박테리아가 축적돼 있었고, 이 바이러스가 각막을 감염, 손상시켰던 거죠. 결국 그녀는 각막 이식수술을 받아야 했어요.”

이은주 씨 본인 역시 눈 주변 화장을 할 때 쓰는 메이크업 도구들을 특별히 청결하게 관리한다. 또 화장품은 청결한 관리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화장품류와 메이크업 제품의 유통기한은 30개월(단, 일부 기능성 화장품 제외)이며, 개봉 후 사용기간은 기초화장품류는 12개월, 눈 관련 화장품류를 제외한 메이크업 제품류는 18개월, 마스카라, 아이라이너와 같은 눈 화장품류는 6개월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화장품 뚜껑을 잘 닫고 자외선이나 열 등을 피할 수 있는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는 조건하에서 안전하다는 거죠. 특히 단지형 용기에 담긴 크림의 경우 손에 의한 2차 감염이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내장된 스파츌라(주걱)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기한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두 사람은 우리나라의 화장품 문화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많다. 식품, 의약품에 비해 매일 쓰고 바르는 화장품에 대한 연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화학물질의 조합인 화장품이 신체에 직·간접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품의 실체에 대한 자료나 서적은 매우 미흡하다. 또한 소비자들도 화장품에 대한 상식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걱정하면서 화장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이나 혹은 불신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자신만의 only one을 찾아야 합니다. 로션을 발랐을 때는 괜찮은데 크림을 바른 뒤 번들거린다면 로션을, 로션을 발랐는데 땅기는 기분이라면 크림을, 두 가지 다 발랐는데 번들거린다면 에센스나 세럼 타입을 선택하면 됩니다. 집에 있는 화장품으로 일주일만 실험해보면 자신의 피부 타입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에게 맞는 ‘한 가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책을 출간한 이후 지신들의 주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 음해하는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시선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화장품에 대한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취업은 물 건너간 것 같고요. 박사과정까지 해서 우리나라의 미개척 분야인 화장품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할 생각입니다.”


기초화장품의 9대 원료

우리가 쓰는 화장품에는 주로 어떤 성분이 들어 있을까? 많이 첨가해서 좋은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기본을 안다면 화장품 선택이 쉬워질 것이다.



/ 여성조선
   취재 백은영 기자ㅣ사진 신승희·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