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정치적 조종”-“자발적 항거” 양쪽 치열한 선전전

“정치적 조종”-“자발적 항거” 양쪽 치열한 선전전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3.16 20:21 | 최종수정 2008.03.16 20:21


[한겨레] "치밀한 배후조종이다." "자발적 독립요구다."
티베트 유혈사태의 배경을 둘러싼 중국 정부와 티베트 망명정부 사이의 선전전이 뜨겁다. 베이징 올림픽을 4개월여 앞둔 민감한 시점인 만큼, 이번 사태를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해선 양쪽 다 대외 명분을 확보하고 국제사회를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폭력진압'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중국은 이번 시위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 의한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중국 사법당국은 15일 투항을 촉구하는 공고문에서 "라싸에서 발생한 시위는 달라이 라마 집단이 티베트를 조국에서 분리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공모한 것이며 티베트 소수민족들의 평화로운 삶을 파괴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시짱자치구 당위원회는 "달라이 라마 집단과 그 추악한 지원세력의 숨겨진 얼굴을 백일천하에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 신화통신 > 은 영문뉴스 서비스로 중국에 유리한 내용을 해외로 전파하고 있다. 시위사태 사망자수 등은 중국 정부의 발표만 전했다. 중국 당국은 < 신화통신 > 중국어뉴스 서비스 등 국내 언론이 티베트 시위 자체를 보도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티베트 망명정부는 달라이 라마가 이번 사태의 배후라는 중국 정부 당국의 비난을 일축했다. 달라이 라마쪽 대변인은 배후설이 "전혀 근거가 없으며 이번 항거는 민중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14일 시작된 티베트 독립 요구 시위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위치한 인도 히마찰프라데시주 다람살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와 인도 뉴델리,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등 곳곳으로 확산됐다. 다람살라에서는 16일 1천명에 이르는 망명 티베트인들이 모여 중국 국기를 불지르거나 짓밟으며 중국 정부의 무력진압을 성토했다. 또 70여명의 망명 티베트인들이 "중국은 티베트인 살해자, 인류의 적""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중국 서북부 깐쑤성 시아허에서는 승려들이 이끈 3천~4천명 규모의 시위대가 시청을 향해 행진하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 에이피 > (AP) 통신은 홍콩의 케이블방송 보도를 인용해, 40~60명씩의 무장 군인을 태운 200여대의 군용 차량이 16일 라싸 중심부에 집결했다고 보도했다. 방송 화면 속의 라싸 도심엔 군인 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유엔본부 앞에서는 14일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40~50명이 시위를 벌였다. 네팔 카트만두에서도 같은 날 승려 수십 명을 포함한 약 1천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다 승려 12명 이상이 부상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15일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 밖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15일 1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티베트 독립을 지원하는 세계 각국과 국제단체들도 평화적 사태 해결과 중국 정부의 자제를 촉구했다. 마리 오카베 유엔 대변인은 "대치와 폭력을 피하기 위해 모든 관련자들이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루이즈 아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OHCHR)은 "질서 유지에 과도한 무력이 동원되지 않도록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대만 외교부는 성명에서 "중국군의 진압으로 촉발된 폭력적인 소요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며, 인권을 침해한 중국의 무자비한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김순배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