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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범선 위에서 벌이는 선상파티


  • 거대한 범선 위에서 벌이는 선상파티
  • 한국의 유일한 범선 '코리아나호' 배 길이 41m, 무게는 135t에 달해
  • 여수=김신영 기자 sky@chosun.com
    입력시간 : 2008.06.19 08:35

    • "사도(沙島)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려요?"

      음료수 몇 개를 사 들고 거대한 범선 앞에 서서 항해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다가 정채호 선장에게 물었다. 출발 시간은 있는데 도착 시간을 모르니 답답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정 선장은 "어허, 타기도 전에 내릴 생각을 해서야 세일링(sailing)을 즐길 수 있나"고 혀를 끌끌 찼다.

      한국의 유일한 범선 '코리아나호'는 배 길이가 41m, 무게가 135t에 달한다. 1983년에 네덜란드서 만들어진 것을 95년 한국으로 들어와 재건조(再建造)한 것이다. 범선은 통상적으로 돛을 단 배 중 길이가 25m 이상인 것을 일컫는다. 시원하게 서 있는 네 개의 돛대에서 뻗어 나온 철사가 나무로 짜 맞춘 갑판 위로 쭉쭉 뻗어있다. 오전 9시30분, 범선에 달린 세 개의 깃발이 빨래 터는 것 같은 탁탁 소리를 내며 휘날렸다.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울리고 범선이 서서히 전남 여수 소호요트장을 벗어났다.

    • ▲ 조선영상미디어 허재성 기자 heophoto@chosun.com
    • 이날 여객은 약 50명으로 한 대학 88학번 동창의 가족 동행 모임이 주를 이뤘다. 여수 남쪽의 섬 사도에 들렀다가 오후 5시30분쯤 돌아오는 게 이날의 일정이다. 당일치기 여행이지만 범선에는 여행의 즐거움에 들뜬 사람들이 준비해온 회와 롤(roll), 바비큐용 돼지고기와 새우, 음료수 상자 등이 가득 실렸다. 두 달 전부터 모임을 준비해온 이들은 여수에 사는 선배에게 돈을 모아주고 음식 준비를 부탁했다고 했다.

      배가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들어서자 1983년부터 '코리아 요트 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정 원장의 '요트 강의'가 시작됐다. "이 배 아래는 132톤의 납덩이가 달려 있어서 바람이 세게 불어도 절대 넘어지지 않아요. 오뚝이와 똑같은 원리이지요."

      범선은 여수를 떠나 호수 같이 잔잔한 가막만을 먼저 지났다. 왼쪽엔 돌산도, 오른쪽엔 백야도가 지나간다. 항구를 벗어나 돛을 올릴 땐 배에 있는 남성들이 '으이샤, 으이샤' 하며 함께 밧줄을 당겼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아우성을 친다. 햇빛이 눈부시게 밝은데도 반팔 차림을 한 사람들은 바닷바람 때문에 오싹한지 선장실 안으로 속속 들어갔다. 갑판 위에 걸터앉았더니 배가 요람처럼 살랑살랑 흔들리는 게 온 몸으로 느껴지면서 졸음이 몰려왔다.

      사도까지는 2시간30분이 걸렸다. 여객선은 하루에 두 대밖에 다니지 않아서 일반인들이 가기는 힘든, 작은 섬이다. 한국에 두 개뿐인 '양면(兩面) 해수욕장(모래사장 양쪽에 바다가 있는 해수욕장)'과 공룡 발자국이 남아있는 해안으로 유명하다.

      "1시까지 섬 구경하고 배로 돌아오세요. 맛있는 점심이 기다립니다." 장 선장의 안내를 뒤로 하고 내린 섬 입구엔 커다란 공룡 모형 두 개와 나지막한 야자수가 서 있어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시에서 온 아이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는지 배 주변에서 첨벙첨벙 물놀이를 하며 섬을 둘러볼 생각을 않는다. 몇몇은 준비해온 낚싯대를 배 아래로 내리고 낚시를 즐길 채비다. 미역 냄새가 풍기는 산책로를 따라 10여 분 가면 '공룡화석지'가 나온다. 계란말이를 잘라놓은 듯, 시간의 흔적이 층층이 쌓인 바위 주변을 걷다 보면 지름 20㎝가 넘는 공룡 발자국이 곳곳서 눈에 띈다.

      발자국 찾고 바닷가에서 뛰어 놀다 배로 돌아가니 갑판에 온갖 음식이 벌써 차려져 있었다. '생수 두 병 밖에 안 사왔는데 끼어서 먹어도 되나….' 삼삼오오 둘러 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 주위를 눈치를 보면서 배회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같이 와서 먹으라"고 손짓을 한다.

      사도에서 약 2시간 머문 다음 여수로 돌아가는 길, 선상에서 한나절을 함께 보낸 아이들은 서먹함을 던져버리고 배 위를 뛰어다니고 지하 1·2층에 있는 선원 숙소를 돌아보느라 신이 났다. 몇몇 아이들은 선장 모자를 쓰고 키를 돌려보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사도에서 잡은 모래무지는 선상에서 직접 회를 친 다음 초고추장에 무쳐서 한 점씩 나눠 먹었다. 선상 바비큐에선 장어구이가 지글지글 익어갔다. '한 배를 탔다'는 관용구가 맑은 바닷바람 속에 기분 좋게 펼쳐지는 모양이었다.



      ::여행정보

      남해안투어는 코리아나호를 탑승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무박2일, 1박2일, 2박3일 등 날씨와 승선 인원에 따라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무박2일 상품(서울~여수 왕복 승차권, 선상 조식, 사도 관광, 여수 오동도 관람 등 포함) 18만6000원부터. 1588-3848, www.tour7788.com. 회사 야유회 등을 위해 배를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 약 70명 승선 가능. 거리에 따라 150만~200만원. 코리아나호 정채호 선장 011-6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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