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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olitics

[10·26 정치 빅뱅] 4년전 '경제(보수 성향 후보)' 지지한 젊은층… '그들만의 경제'에 분노, 反한나라로


 

권대열 기자 dykw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1.10.27 03:15 / 수정 : 2011.10.27 05:29

서울시장 선거, 무엇이 승패 갈랐나
① 소득 불균형에 샐러리맨들 "못참겠다"
② 20대 실업, 30·40대 집값 등 불만 폭발
③ 정당 정치 불신… 與野 모두 '安風 낙엽'
④ 羅, '내곡동'서 꺾이고 '피부과'서 무너져
⑤ 朴 서민 이미지 부각… 지지자들도 열성

10·26 재·보선을 지휘했던 한 여권(與圈) 고위관계자는 26일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 "댐이 무너지는데 집 수리 좀 해서는 버틸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야권(野圈) 핵심관계자는 "처음부터 이길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고 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당선자가 2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너진 중산층과 양극화

작년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8년 만의 최고치(6.2%)였다. 그러나 얼마나 소득이 잘 분배됐는지를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6년 만의 최저치(59.2%)였다. 나라 소득은 늘었는데 근로자 소득 몫은 줄었다는 뜻이다. 샐러리맨이 중심이 된 중산층 비중은 1990년대에 100가구 중 75가구꼴에서 최근에는 66~67가구로 줄었다. 대신 빈곤층은 늘었다. 빈곤층은 작년에 처음 300만 가구를 넘었고, 그 비율은 OECD 평균(10.6%)보다 2배가 높아졌다.

전통적으로 유권자들은 '복지' '형평' '변화' '도덕성' 등이 필요할 때는 민주당이나 진보 성향 후보를 선택했다. 그런 점에서 진보 성향의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범야권이 민 박원순 후보가 유리한 토양이었던 것이다.

20~40대 쏠림 현상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당선자는 20대에서 69%, 30대에서 76%, 40대에서 67%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 후보는 각각 30%, 24%, 33%에 그쳤다. 청년실업과 등록금 문제에 대한 20대의 불만, 집값과 자녀교육, 직장 불안에 대한 30~40대의 불만이 그대로 표로 나타난 것이다. 20~40대는 박 당선자를 통해 이런 문제에 대한 변화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7년 대선 마지막 여론조사(갤럽) 당시, 이명박·이회창 등 보수 성향 후보가 20~30대에서 47.5%, 정동영·문국현 등 진보 성향 후보는 31.9%였다. 40대는 63.5%가 보수 성향 지지였다. 이들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을 때 정서로 다시 돌아선 것이고, 이들 계층과 세대의 현 정권 심판론이 선거판 바닥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정당 정치의 위기

이번 선거에서는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패자(敗者)였다. '야당의 적통(嫡統)'이라고 했지만 박 당선자와의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했다. 국민의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게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 당선자가 불과 한 달여 만에 야당 후보 경선에서 이긴 데 이어 서울시장 자리까지 차지하도록 만든 원동력 중 하나다. '안철수 현상'은 이런 유권자들의 정서를 상징하며, 그 과실을 박 당선자가 차지한 것이다. 야권 단일화를 통해 전통적 야당 지지표를 흡수한 것도 승인이 됐다.

내곡동과 '1억 피부과'

이 같은 토양이 바로 나 후보에겐 '댐이 무너진 상황', 박 당선자에겐 '이길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이런 유권자들의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준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선거전 초반에 터진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私邸) 이전 문제에 대해 "현 집권세력이 '부자 정권' '서민과는 동떨어진 사람들'이란 인식을 서울 유권자들에게 심어준 것"이라고 했다. 막판에 터진 "나 후보가 강남의 1억원 회원권 피부과에 다녔다"는 의혹도 한나라당 스스로 "추격의 희망을 꺾은 사건"이라고 하고 있다.

"시민운동 해 온 이웃집 아저씨"

이와 대비시키기 위해 박 당선자 캠프에선 선거전 초반부터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를 부각시켜왔다. 현 여권을 '서민과 동떨어진 잘나고 가진 자들'로 몰아놓고, 박 당선자 측을 '시민후보' '서민후보'로 만든 것이다. 연예인이나 학자, 네티즌 등 지지자의 열성적인 지원도 작용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 연예인 김제동씨 등은 자기 일처럼 뛰었다. 박 당선자가 선거자금 공모를 시작하자 47시간 만에 38억8500만원이 모이기도 했다. 반면 나 후보는 막판까지 "후원금을 보내달라"며 호소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