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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의 저자 캔디스 부쉬넬의 좌충우돌 인테리어 체험기



   

1920년대 그리니치 빌리지에 세워진 고풍스러운 집을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 캔디스 부쉬넬. 친한 친구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수잔과 함께 완성한 꿈의 궁전은 하나의 공간과 그것에 일치한 희망, 그리고 사랑이 더해졌다.


순진하게도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 캔디스 부쉬넬이 사는 곳은 캘리가 사는 245 East 73rd Street의 윗집이나 아랫집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창 아래로는 제법 빈티지한책상이 바싹붙여져 있고 디자이너 의자 위에는 프렌치 숄이 걸쳐져 있는 풍경 말이다. 하지만 스스로 고백하길 그녀는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금박 장식, 벨벳 소재의 원단과 화려한 거울을 사랑하는, 여기에 동양적 패턴의카펫과 대리석의 미끈한 기둥과 바닥에 무한한 애정을 지닌 취향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도시에 존재했을 법한, 하지만 매력적으로 그 빛을 반짝여 마치 과거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을 좋아하는 심미안을 가지고 있었다. 캔디스 부쉬넬은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의 한 고풍스러운 집 에 머물고 있었다.

2년 전, 한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을 법한 이 집을 발견한 순간, 그녀는 자신이 찾던로망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오랜 여정 끝에 이곳을 햇살이 가득한 사랑스러운 집으로 완성시켰다.


1920년, 월 스트리트에서 거액의 돈을 모은 유복한 젊은이를 위해 지어진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Village) 빌딩의 아파트는 장작을 피울 수 있는 벽난로와 11피트의 천장, 그리고 아치 모양의 창문 (그녀의상상 속에서는 젊은이가 거리에 있는 친구를 부르려고 외치는, 마치 ‘줄리엣 창가’와 같은 곳이다)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이 모든 것이 위치한 거실이 점점 가라앉고 있는, 침몰 직전의 배와 같았다.


물론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이 빌딩은 모든 현대적인 요소와 편리함을 갖춘 공간으로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맨 꼭대기 층에는 하인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지하에는 그유복한 젊은이가 자동회전식품대로 올려 받을 수 있도록 매일 밤, 훌륭한 저녁이 요리되는 넓은 부엌이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어젯밤의 파티 그리고 부적절한 사랑, 독한 술과 재즈의 이미지를상기시키는 아파트는 마치 Jeeves & Wooster(192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아무 생각 없이 부유한 남자와 그를 뒷바라지하는 똑똑한 집사에 관한 코미디)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밤 8시 이후에는 어떤 악기도 연주될 수 없는엄격한 규칙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그 시절, 이곳은 정말이지 완벽한 공간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캔디스 부쉬넬이 그녀의 남편 찰스(Charles)와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은 그로부터 8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뒤였다. 그리고 이는 다른 도시도 아닌, 뉴욕에선 결정적인 흠이자 부적격의 사유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는 몇 년째 주인이 없던 상태였고 추측컨대 사무실로 사용했을 마지막 집주인은 보헤미안취향의 영화배우가 분명했다. 유일하게 있는 가구라곤 코트와 셔츠를 위한 벽장이었지만 그나마한 쪽은 낡아서 떨어져 나간 상태로 부엌엔 찬장조차 없었다. 이상한 각도와 높이로 빌트인 된 공간이 뻥 뚫려있는 식당과 스팀 샤워와 초창기 화장실의 모델을 고수하고 있는 욕실까지 참으로 한심스러운 공간이 아닐수 없었다.

“멋지지 않습니까?” 부동산 중개업자가 거침없이 말했을 때, 그리고 그녀라면 이 집을 작은 보석 같은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덧붙였을 때 캔디스는 정말이지 울고 싶었다. 하지만그 대신 한바탕 웃어 버렸다.

물론 이 아파트가 ‘좋은 뼈대-good bones’ 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명확히 알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 역시 분명히 알고 있었다. 뉴욕에 사는 30, 40대 여성의 삶이라면 너무도 잘 꿰뚫고 있었지만 무언가를 장식하고 수리하는 기술은 전무했다. 좀 더 이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하자면 언젠가 그녀는 자신의 글에서 포터리 반(Pottery Barn )의 샤워 커튼을 ‘진열장 장식’이라 쓴 범죄 를 저지른 적도 있다. 캔디스 부쉬넬은 곧바로 친구 수잔 포리스털(Susan Forristal)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전직 톱모델인 수잔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클래식에서 현대적인 스타일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감각의 소유자. 웨스트 빌리지(West Village )의 타운 하우스에서 음악 전문가의 다락까지 매번 프로젝트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으며 인테리어뿐 아니라 집수리에도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캔디스가 횡설수설하며 집 전체를 완전히 수리해야 한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 하는 동안 그녀의 친구는 차분 하게 계약자부터 건축가까지 필요한 사람들을 모았으며 어느새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었다.


집수리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들은 첫 번째 단계로 우선 버려진 아파트의 기초를 복구했고 그 다음에는 욕실, 침실, 벽장으로 쓸 식당의 공간을 재정비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도형적인 배치에 아무런 지식이나 기술이 없던 캔디스는 욕실을 확장하는 방법을 알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심지어 자신이 하느님의 부름을 놓쳐 건축가가 되지 못하고 작가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정도로 새롭게 익힌 집수리 기술은 유레카의 발견에 버금가는 기쁨이 되었다. 하지만 거실의 변화만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녀가 바란 것은 높은 천장 아래, 연극에서나 볼 법한 창문과 계단이 무대 세팅의 역할을 하는, 그래서 손님들이 노래도 하고 춤도 출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실을 무도회장처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캔디스의 머릿속엔 흑백 체크무늬 판의 마루와 연한 파란색 벽을 기본으로 천장에는 크고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걸린, 널찍한 공간이 천천히 그리고 생생하게 그려졌다.만약, 누군가 유능한 인테리어 담당자를 애타게 찾는다면 이 팁을 활용할 것. 유능한 디자이너는 절대로고객의 생각과 의견에 말도 안 된다느니, 비현실적이라는 등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는 법이다.


수잔의 유능함 역시 거실 공사에서 증명되었다. 그녀는 무도회장이 1200㎡ 의 아파트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대신단순히 마루로 바꾸는 비용을 계산해 낸 것이다. 5만 달러의 가격으로 캔디스의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잠재워 버렸을 때, 마침 소설가인 제이 매클너니(Jay Mcinerney)가 이들의 시야에 포착됐다. 그리고 그는 창고가 되어버린 80년대의 Christie’s 가게에서 구입한 루이 16세의소파 사진을 보여준 대가로 캔디스와 수잔에게 그것을 팔 수밖에 없었다.놀랍게도 인테리어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었으니 대개 사람들은 양탄자를 고르는 일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은 조금씩 다르게 일을 진행시켰다.


수잔은 금박 묶음으로 장식된 촛대와 멋진 종려나무 램프, 그리고 1920년대 거울이 달린 사이드 테이블을 선택했고 그 다음 제이의 민트 그린색 소파와 캔디스가 몇년 전에 기분전환용으로 구입한 허리받이 의자를 들여놓았다. 이렇게 꾸며진 거실은 매우 격식을 차린 듯보였지만 책장 밑과 캐비닛에는 바(Bar)와 작은 냉장고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 물론 이곳 비밀 장소는 당연히 샴페인으로 가득 채워졌다. 모든 공사가 끝나고 난 뒤, 캔디스는 비록 이 완성작이 플라자 호텔 같진않더라도 큰 기쁨이 되어 돌아왔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기꺼이 이에 대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평이다.


그래, 캐리가 자신의 이상형인 ‘빅’과 만나 사랑에 빠진 시간은 한 순간이었지만 그 완성인 결혼에 골인하기까지는 4개의 시리즈와 한 편의 영화가 필요하지 않았던가. 알랭드 보통이 어떤 공간과 어떤 희망이 일치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집’이라고 부른다고 했다면 여기에 캔디스 부쉬넬은 사랑을 더한 셈이다.

 

까사 l 스타일리스트> Carlos Mota l 포토그래퍼> William Waldron l 에디터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