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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街), 부끄러운 줄 알라" 분노한 오바마



'메이도프 사기극' 등 탐욕과 부패 질타
"월街 개혁·감독기관 통합 최우선 처리"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등을 지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을 향해“부끄러운 줄 알라”며 윤리의식 부재를 질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자랑, 월가(街)가 이제 미국인의 수치가 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쇼크에서 메이도프(Madoff) 금융사기사건까지 월가의 마천루 밑에 숨겨져 있던 온갖 탐욕과 부패가 발가벗겨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 당선자는 이런 월가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경고하며, 시급한 개혁을 천명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18일(현지시각) 새로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매리 샤피로(Schapiro) 금융산업규제기관 회장을 임명하며, "월가의 윤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만 챙기는 월가의 풍토가 금융위기를 키웠다고 꾸짖고, 금융사기사건을 저지른 메이도프를 탐욕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했다.

오바마 월가 개혁 선언

그는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의회, 백악관, 감독기관, 금융부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우리는 철로의 선로를 바꾸는 스위치를 조작해야 하는데 그냥 잠들어 있었다"고 자탄했다.

그는 감독의 한계도 인정했다. 월가의 사기꾼 중에는 최고의 감독기관을 따돌릴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최고경영자부터 주주, 투자자들 모두는 이 일이 내게 이득이 되는지 또는 내 보너스를 올릴 수 있는지뿐만 아니라 이 일이 옳은 것인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힘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아 올바른 일을 할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월가의 개혁과 감독기관의 통합을 약속하며,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고수익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뒤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사기 기법으로 월가 신용을 땅에 떨어뜨린 메이도프 금융사기 사건은 연방 및 주·지방 정부의 재정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금융사기 규모가 무려 500억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세금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고, 일부 투자자에 대해서는 미리 징수한 세금을 환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AP통신은 국세청의 세수 감소금액이 최대 17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메이도프 사기극, 미 지방재정 압박

주택가격 하락으로 재산세 수입이 감소하고, 실직 증가로 소득세 징수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메이도프의 금융사기로 인한 추가 세입 감소는 각 급 정부의 재정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브라이언 케이브' 로펌의 존 베리(Berrie) 파트너는 "연방·주·지방 정부 등에 또 다른 무거운 짐을 얹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개인과 자선재단, 금융기관에 이어 정부 세무공무원마저 울리고 있는 메이도프는 이날 발목에 전자감시장치를 차고 뉴욕 맨해튼의 자택에서 가택연금 첫날을 보냈다. 그를 성토하는 성난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가운데 앤서니 와이너(Weiner) 하원의원은 "메이도프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보석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입력 : 2008.12.20 00:02 / 수정 : 2008.12.20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