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치솟는 환율 ‘강만수 효과’?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8.03.16 20:09 | 최종수정 2008.03.16 20:09
미 달러화가 유로화는 물론 아시아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등 기축통화 위상이 크게 흔들리지만 유독 원화에 대해서만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 추세라면 달러당 1000원대 복귀는 시간문제다. 환율 상승은 수출에 호재지만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거꾸로 가는 원화,왜?=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99.77엔을 기록하며 1995년 이후 12년여 만에 처음 100엔 아래로 떨어졌다. 유로화 환율은 지난 14일 유로당 1.5651달러까지 급등하면서 1999년 1월 출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중국 위안화 기준환율도 사상 최고치인 7.0882위안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은 997.30원으로 거래를 마쳐 2006년 1월18일 이후 26개월 만에 990원대로 상승했다.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으로 외국인이 원화자산에 투자한 자금을 빼가기 때문이다. 10년간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가 적자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도 환율 급등을 초래한 요인이다.
정부 외환정책과도 무관치 않다. 환율주권론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2004년 1140원을 방어하며 1조원대 손실을 초래한 최중경 차관 복귀로 내수와 물가보다 수출과 성장을 우선시하는 환율정책을 예상한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화 사 모으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외 여건, 수급, 정책 모두 환율 상승에 긍정적인 상황이어서 환율 오름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최근 환율 급등세는 외환정책 변화를 예상한 투기적 달러화 매수세가 가세한 데 따른 결과"라며 "현 추세라면 단기간에 1000원선 진입이 가능하고 당국이 묵인할 경우 1060원대로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은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기업 채산성에는 긍정적이지만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겨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희비 엇갈린 국내 기업=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의 희비도 엇갈린다. 자동차, 전자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체는 환율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반기지만 항공, 식품, 정유업계는 유가에 이어 환율이라는 복병까지 나타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매출액이 2000억원 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수출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 전자업계도 환율 상승으로 큰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의 경우 3000억원, LG전자는 700억원 늘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항공업계는 비상이다. 올 경영계획에 환율을 920원으로 잡은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경영목표 수립시 기준환율을 910원으로 잡은 아시아나항공도 10원 오를 때마다 15억원의 적자가 생긴다. 밀가루 제조 업체의 경우 대한제분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원료인 밀 수입 비용이 연간 45억원, CJ제일제당은 30억원 가량 커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반면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은 997.30원으로 거래를 마쳐 2006년 1월18일 이후 26개월 만에 990원대로 상승했다.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으로 외국인이 원화자산에 투자한 자금을 빼가기 때문이다. 10년간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가 적자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도 환율 급등을 초래한 요인이다.
정부 외환정책과도 무관치 않다. 환율주권론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2004년 1140원을 방어하며 1조원대 손실을 초래한 최중경 차관 복귀로 내수와 물가보다 수출과 성장을 우선시하는 환율정책을 예상한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화 사 모으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외 여건, 수급, 정책 모두 환율 상승에 긍정적인 상황이어서 환율 오름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최근 환율 급등세는 외환정책 변화를 예상한 투기적 달러화 매수세가 가세한 데 따른 결과"라며 "현 추세라면 단기간에 1000원선 진입이 가능하고 당국이 묵인할 경우 1060원대로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은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기업 채산성에는 긍정적이지만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겨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희비 엇갈린 국내 기업=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의 희비도 엇갈린다. 자동차, 전자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체는 환율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반기지만 항공, 식품, 정유업계는 유가에 이어 환율이라는 복병까지 나타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매출액이 2000억원 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수출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 전자업계도 환율 상승으로 큰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의 경우 3000억원, LG전자는 700억원 늘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항공업계는 비상이다. 올 경영계획에 환율을 920원으로 잡은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경영목표 수립시 기준환율을 910원으로 잡은 아시아나항공도 10원 오를 때마다 15억원의 적자가 생긴다. 밀가루 제조 업체의 경우 대한제분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원료인 밀 수입 비용이 연간 45억원, CJ제일제당은 30억원 가량 커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