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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피플 인 이슈] 25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국제
[피플 인 이슈] 25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주목받는 젊은 IT리더” vs “갓난아이 CEO” 평가 엇갈려
하버드대 중퇴 SNS기업 창업, 세계 최연소 백만장자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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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도통 사장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점퍼에 청바지를 대강 걸쳐 입은 1984년생 청년(미국 나이로 25세)은 TV에서도 얼떨결에 출연한 대학생쯤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전세계 4억 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다.

주커버그는 10대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에 재능을 보였다. 취미로 음악 듣기 프로그램, 게임 등을 만들며 실력을 쌓은 그는 2004년 하버드대에 진학, 역시 취미 삼아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하버드 학생들의 정보 교류와 친목 도모를 위해 사진과 글을 올리고 친구도 찾을 수 있는 사이트였다.

그런데 뜻밖에 열풍이 불었고, 하버드대생 한정이었던 가입 조건도 보스턴 거주자, 대학생, 13세 이상 등으로 차츰차츰 범위가 넓어졌다. 페이스북의 미래가 나날이 확실해지자 주커버그는 캘리포니아에 사무실을 차린 후 학교를 그만뒀다.

우리나라의 싸이월드가 그랬듯 페이스북도 친구가 친구를 끌어들이는 식으로 빠르게 덩치가 커졌다. 주커버그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뉴스 서비스(친구들의 근황 등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해주는 서비스ㆍ2006년), 플랫폼 서비스(프로그래머들이 각종 페이스북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하는 서비스ㆍ 2007년) 등을 선보여 더 많은 가입자를 끌어들였다.

'페이스부킹(Facebookingㆍ페이스북하다)'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2008년 주커버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백만장자 중 785위에 올라섰다. 자수성가형 백만장자로는 최연소다.

그랬던 그가 요즘 인생 최대 기로에 서 있다.

지난 주 주커버그는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오랜 기대를 저버리고 "당분간 기업공개(IPO)를 실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IPO는 투자자와 직원들에게 약속한 사항이므로 언젠가 실시하긴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IPO를 미룬 데는 당장 IPO로 자금이 흘러 들어온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사업의 특성상 공장 설립이나 영업망 확대 등의 마땅한 사용처가 없다는 점 등이 이유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IPO를 미뤄야 할 가장 중요한 근거는 아직 그만한 기반이 잡히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페이스북은 지금까지 미국 안팎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나가면서 양적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2007년 '비컨(Beaconㆍ신호등)' 등의 야심찬 서비스가 흐지부지 폐기되면서 질적 전환에 대한 압력이 커진 상황이다.

비컨은 이용자의 쇼핑 내역 등 웹서핑 정보를 이용자의 '친구'가 알 수 있도록 전해주는 광고 서비스였는데,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공개 즉시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23살에 불과했던 주커버그는 이 같은 비판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고, 뒤늦게야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린 후 서비스를 중단했다.

비컨의 실패는 페이스북의 사생활침해 가능성을 드러냈을 뿐더러, 페이스북의 본격적인 수익 창출 시도가 좌초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9월에야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내 이용자 수만 1억5,000만명이 넘는데도 수익모델이라고는 아직 약간의 광고수입, 이용자 간의 선물 주고받기 시스템 등 약소하다. 노골적으로 주커버그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국의 IT 전문가 캐러 스위셔는 주커버그를 두고 "아직 갓난아기(Toddler) 경영자"라며 "좋은 경영자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커버그가 이 같은 상황에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IT 벤처기업들에 컨설팅을 해왔던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소넨펠트 교수는 "시기적으로 볼 때 페이스북 경영자들은 슬슬 자신을 과신한 나머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주커버그도 마음을 다잡기 위해선지 언제나 청바지를 고집했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부터 부쩍 양복을 자주 입고 다니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인터넷 투자기업으로부터 100억 달러 가량을 투자받기도 했다. 질적 도약을 준비해나가는 모습으로도 비춰진다.

한편 주커버그는 현재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 알토의 평범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언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편은 아니지만, 인터뷰 때 가장 강조하는 말은 정해져 있다.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모두와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서비스"를 실현시키겠다는 다짐이다.

어찌 보면 '강박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욕구'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주커버그의 생각은 다르다. 커뮤니케이션이 쉽고 빨라질수록 사회가 더 발전하고, 전쟁과 같은 비극적인 사태도 미리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저 사교용에 불과할 수도 있는 인터넷 서비스 하나로 세상의 변화까지 꿈꾼다는 건 젊은 날의 스티브 잡스 애플 CEO를 연상시킨다. 잡스는 1980년대에 매킨토시를 선보이며 '혁명'을 외쳤었다.

직원들은 주커버그가 토론하길 좋아하고 요구가 많지만 부하 직원들에 대한 칭찬은 드문 편이라고 전한다. 최근 페이스북 사내에 배포된'주크(Zuck)와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메모에도 "당신이 논의를 진전시킨 데 대해 보상을 기대하지는 말라, 오직 결과물만이 보상이 될 뿐이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여타 IT 리더들이 그렇듯, 주커버그도 지시를 내리거나 회의할 때를 제외하면 너그러운 사람이다. 페이스북의 사무실 분위기는 산만하다 싶을 만큼 자유롭다. 구글만큼 세련되진 않았지만 당구장과 농구장 등도 갖춰져 있다. 격식을 차리지 않음은 물론이다.

주커버그는 2008년 미국 내 사용자 수가 1억명을 넘자 직원들을 위한 토가(고대 로마에서 입었던 헐렁한 옷) 파티를 열었으며, 새 서비스를 개발할 때마다 사무실에 놓인 징을 쳐 직원들을 격려한다. 25세로 벌써 자신만의 작은 왕국을 건설한 주커버그가 이제 더 넓은 영토를 차지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의 올해 목표는 12억 달러~20억 달러의 순익 창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