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People

'패륜녀'에 욕보이는 청소부, 그들이 못다한 이야기

 

 

[청소부들은 우리시대 천민인가③]'투명인간'으로 사는 청소부들

[CBS사회부 최인수 · 김효은 기자] 어머니뻘 되는 청소부들을 멸시하고 능멸한 젊은 여성들의 잇따른 패륜적 행동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이 가정교육의 결핍에서 비롯됐다고 치부하기에는 우리 주변에는 패륜녀들이 너무 많다. 오히려 청소부들을 천대하고, 심지어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우리시대의 풍조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것이다. 업신여김을 받고 사물취급을 받는 청소부들의 슬픈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이모(53.여)씨. 5년째 이곳에서 일하는 그는 지금까지 10분 이상을 쉬어 본적이 없다고 한다.

213명의 청소부 가운데 1명으로, 매일 새벽 4시50분부터 종일 5층 빌라 2개 동과 사무실 5곳을 청소하느라 시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른 일반직원들이 쓰는 휴게실을 맘 놓고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직원들이 쓰는 휴게실에 살짝 들어갔다가 누가 오면 눈치 보면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한 그는 이런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인 지 오래됐다.

서울 중구의 24층짜리 인텔리전트 빌딩에서 8개월째 청소부로 일하는 신모(57.여)씨의 경우 위아래 층을 이동할 때 계단을 이용한다.

일반인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맨 처음에 일할 때는 엘리베이터 타면요 사람들이 피했어요. 진짜 피했어요. 제 기분이요? 전 참 진짜 너무 안 좋았어요."

'입주자가 나의 고객이다'라는 점을 늘 주입받는 청소부들은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는데 익숙해 있다.

교육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이 그들을 불결한 인간, 비천한 인간으로 취급하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만난 신모(49.여)씨는 "청소하는 사람 옷만 닿아도 더러운 것 같이 모두들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들이 오가는 사람들에게 하는 인사는 결코 되돌아오는 법이 없다.

4년차 청소부 박모(56.여)씨는 "처음에는 그랬어요. 기분이 되게 안 좋더라고요. 저사람 날 깔보나? 몇 번을 인사해도 대꾸도 안 하더라고. 처음엔 나 혼자 바보 같이 인사를 했어요"라며 서글퍼했다.



한 사립대학교에서 일하는 양모(59.여)씨도 "교수들한테 인사해도 안 받아주고 지나가면 내가 천해서 그런가...그런 생각이 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심지어는 '입주자'들한테 구박까지 당하는 일도 많다.

5년차 청소부 김모(68.여)씨는 "요걸 조금만 해주시면 물이 안 튀기겠는데라고 하면 '너네 하는 일이 그거 아니냐'고해요. 그러면 정말 할 말 없어요. 이 사람이 날 낮춰보는구나 하는 이런 마음이 들어서 기분이 참 안 좋지만 어떡해요"라고 반문했다.

양씨 역시 "학생들이 화장실 안 치웠다고 뭐라 한다거나 청소하고 있는데 안 비켜 주거나 할 때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사람취급하지 않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에 청소부들은 자신을, 자기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다.

올해로 9년차 청소부인 성모(58.여)씨는 지금도 남자 화장실 청소가 곤혹스럽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과연 이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들어갔는데 소변보고 있으면 다시 나와요. 숨어 있다가 나오면 들어가고. 남자 화장실이 힘들죠.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경찰서 청소부인 신 씨에게도 처음에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남자화장실 들어갈 때마다 창피했죠. '나 들어간다'고 신호를 보내려고 헛기침도 했고···"

그랬던 그녀도 지금은 소변을 보는 남성들의 다리 사이로 태연하게 밀걸레를 들이민다. 그래야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청소부 복장을 한 사람은 마치 '투명인간'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생활 자체가 그렇다.

신 씨의 경우 매일 새벽 5시 첫 버스로 출근한다. 누구와 마주치지도 않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밤사이 쌓인 쓰레기를 치워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글픈 건 '없는 사람' 취급하는 주변시선이다.

괜히 민원인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거나 청소하는 중에도 담배꽁초를 옆에 버리는 걸 볼 때면 더욱 그렇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강모(52.여)씨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많다.

최근 그녀를 만나러 터미널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저마다 잰걸음을 옮기는 인파 속에서 바닥에 눌러 붙은 껌을 떼고있었다.

바닥에 붙어 미동 없이 껌을 떼는 그녀의 모습 자체가 바닥에 붙은 껌처럼 느껴졌다.

유독 눈에 띠는 하늘색 유니폼에 명찰까지 걸고 있지만 여행객 중 어느 누구도 그녀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승객들의 발자국을 닦아나갈 때는 마치 그들의 그림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녀가 대합실 TV 앞을 지나며 쓰레기를 줍느라 화면을 가릴 때야 사람들은 그곳에 그녀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비로소 드러난 그녀를 두고 사람들이 부른 이름은 "비켜요"였다.
apple@cbs.co.kr

[관련기사]


-------------------------------------------------------------------------------------------------------------------------------------------------

이 분들의 수고에 감사해야 한다.

그러므로 쾌적한 환경을 당연하다는 듯이 매일 모두 사용하고 있으니,

수고에 감사합니다 ^.^ 힘내세요!


자주 보이는 얼굴이던 아닌 얼굴이던, 처음 보는 얼굴이던 '안녕하세요! ^.^' 웃는 얼굴로 인사하면 얼마나 우리도 그 분들도 기분이 좋을까?

'안녕하세요! ^.^ 수고하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