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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프로파일러,범죄심리학 이야기<표창원교수 인터뷰>경찰청블로그기자



표창원 교수에게 듣는,

범죄, 프로파일러, 범죄심리학 이야기

http://blog.naver.com/e_podori

http://blog.daum.net/e_podori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교수를 아시나요?

아마 이렇게 독자 여러분께 묻는다면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럼 이 사진을 한번 보세요. 이 사진 속의 인물, 어딘지 낯익지 않나요?

 

  <TV 인터뷰 등을 통해 대중에 널리 알려진 경찰대 표창원 교수>

 

평소 뉴스를 즐겨보시는 분이라면 범죄와 관련한 뉴스에서

표창원 교수의 인터뷰 장면을 한번쯤은 보셨을 것입니다. 이제 기억이 나시나요?
표창원 교수는 범죄심리학자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말 그대로

범죄의 이면에 숨어있는 범죄자의 심리를 연구하는 것이지요.
경찰대에 재직 중인 표 교수는 평소 연구와 강의 외에도

학회활동, 방송출연, 저술활동, 프로파일러 양성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낯설기만 했던 범죄심리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1호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교수와 함께

범죄심리학의 세계로 떠나보시죠!

 

기자

 

 

바쁘신 와중에 취재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호순 사건때는 TV나 신문에서 거의 매일같이 교수님을 뵌것 같은데 평소 언론사 인터뷰가 엄청 많으시죠?

 

교수

 

 

큰 사건 터지면 거의 하루 종일 전화에 불이 납니다. 신문기자들과 전화인터뷰를 하면 기사방향이나 사건의 전말에 대해 설명하다보니 1~2시간 통화하기도 하지요. 방송사 인터뷰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큰 이슈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밥먹고, 강의하는 시간외에는 거의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자

 

 

평소 사람들이 범죄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해오나요?

 

 

교수

 

 

이메일로 질문을 하거나 연구실로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자

 

 

아직 범죄심리학이 생소한 분야이다보니, 특이한 질문을 해오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교수

 

 

최근에는 주변 사람이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는데 혹시 사이코 패스가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고, 간밤에 도둑이 들었는데 도둑이 어떤 물건은 건드리고 어떤 물건은 안건드렸다는 등 주변 정황을 설명하고는 범인을 찾아달라는 질문을 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웃과 주차시비가 있었는데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해달라는 사람들도 있지요.

 

기자

 

 

사람들의 질문내용을 보니, 범죄심리학자를 마치 탐정과 헷갈려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탐정소설을 많이 보셨나요?

 

교수

 

 

어린 시절에 작품성이 높은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등은 거의 빠짐없이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자

 

 

실제 사건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추리소설이 도움이 되나요?

 

교수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히려 방해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추리소설의 경우 실제 범죄수사를 해보지 않은 작가가 자신의 상상력과 다양한 문학적 장치를 통해서 독자에게 호기심과 반전을 주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부 사건의 경우에는 추리소설의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용의자 특정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표창원 교수>

 

기자

 

 

얼마전 일본의 아키하바라에서 발생한 히키코모리 청년의 살인사건이나 우리나라의 논현동 고시원 방화살인 사건처럼 최근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는 사람들의 사회적 불만으로 인한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이런 범죄가 앞으로 사회적 문제가 될 여지가 있지 않습니까?

 

교수

 

 

사회적 다양성이라는 시각에서 볼때, 은둔형 외톨이라는 특정한 생활패턴이나 삶을 범죄와 연관시키고 문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본래 히키코모리나 은둔형 외톨이라는 용어 자체도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단절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하는 문제에서 나온 용어죠. 이러한 점에서 은둔형 외톨이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 중 극히 일부가 순간적 자극이나 충동적 요소, 촉발요인을 겪은 후에 울분형 범죄를 행했다고 해서 그들을 백안시하고 낙인을 찍고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은 피해야 합니다. 오히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내면에 뒤틀린 욕망이나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 형태가 강호순이죠. 은둔형 외톨이도 아니고 경제적 곤궁도 없고 직업도 있지 않습니까. 과거에 비하여 우리사회 곳곳에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문제를 내면에 감추고 사는, 겉으로 봐서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가 폭발적 다중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서는 높아졌습니다.

 

<일본 아키하바라에서 벌어진 히키코모리 청년에 의한 살인현장>

 

기자

 

 

해결책이 있나요?

 

교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문제점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문제점은 항상 사건이 터진 후에야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물론, 전조증상이 있기는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알아내기는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왜 이처럼 내면이 뒤틀린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는가 하는 문제들 말입니다. 우리사회는 그간 경제적 성장, 외적 성장에는 힘을 썼지만 바람직한 인간관계나 가정의 모습, 교육을 통한 사회화의 문제, 빈부격차의 해소와 같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고민없이 경쟁일변도의 사회가 되다보니 경쟁에서 낙오되거나 뒤쳐지는 사람, 자신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스스로의 평가 사이에 괴리가 큰 사람,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할 수 없는 사람과 같이 각자가 다양한 문제점을 가진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사회전반에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속도를 늦추더라도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나가야 하고, 어린 시절부터 공격적 행동이나 성격이상을 보이는 아이들을 교육시스템, 사회시스템 내에서 보살피고 치료하여 성인이 된 후 극단적 문제를 저지를 만한 여지를 줄여주여야 합니다.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개입도 커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있어서는 안될 범죄들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 같습니다.

 

기자

 

 

이전까지 우리사회의 범죄자에 대한 시각은 '도둑놈'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듯 그들을 경멸하고 비난하는데 치우쳐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일부 범죄자들은 살아온 환경이 영향도 컸던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인간적 연민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교수

 

 

저는 분명한 선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범죄의 원인에 대한 냉철하고 인간적인 탐구와 범죄를 행한자에 대한 사회적 태도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범죄자가 살아온 환경상의 어려움이나 사회적 모순이 범행에 미친 영향은 충분히 살펴보고 우리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어떠한 원인과 상황이 있었다고 해도 범죄는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범죄자에 대해서 연민을 가지는 것은 자칫 범죄를 정당화, 합리화하거나 정당화의 명분만 있다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잘못된 사회풍조를 야기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 개인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엄격한 법집행을 해야할 것입니다.

 

기자

 

 

영국에서 유학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영국과 우리나라의 연구환경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교수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각자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이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에는 범죄에 대한 연구역사가 길고 사회적 관심도나 정부, 사회의 지원이 많아서 연구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범죄가 학문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받아들여진지도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 범죄에 대해서 연구하고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주장이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인지 수감자에 대한 자료제공과 같은 부분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면 영국은 범죄연구와 개인의 권리의 조화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의 제약이 많습니다.

 

<영국 잉글랜드 데번주에 위치한 엑세터대학교의 전경.

표창원 교수가 수학한 경찰학의 메카이다>

 

기자

 

 

언뜻 생각해보아도 우리나라에서 범죄심리학자가 범죄연구를 위해서 수감자를 장기간 면담하거나 기록을 받는다는 것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교수

 

 

교정시설에서 수감자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교정시설에 대한 부정적 연구로 이어질까봐 많이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범죄자들도 면담을 하려고 하면 '왜 내가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하냐'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공동체적 분위기가 강해서인지 범죄자들도 자신에 대한 평판, 이미지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씁니다. 흉악범들도 시간이 지나고 다른 충격적 범죄가 발생하면서 자신의 범죄가 서서히 잊혀져가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가 새롭게 공개되어 다시 관심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반면, 외국의 경우 독방수감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수감자들이 학자들을 반기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평소 간수가 아니면 대화상대도 없는데 학자가 찾아와서 관심을 보이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대하여 고마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들에 대한 연구는 범죄예방과 형사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위에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위로부터 지존파, 유영철, 강호순>

 

기자

 

 

사회구조의 고도화나 소득수준의 증가가 범죄율과 어떤 관계를 가지나요?

 

교수

 

 

사회구조의 고도화나 소득수준 증가가 범죄율과 상관관계를 이루거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국가간의 차이도 너무 큽니다. 이를테면 북유럽의 경우 경제수준이나 복지수준이 세계 최고수준임에도 범죄율은 낮습니다.

 

기자

 

 

그럼 범죄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교수

 

 

사회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규범의 힘이 어느 정도나 유지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발전과 사회변화로 사회의 내부결속이나 규범력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과거 우리의 윤리도덕관이나 공동체의 규범들은 경제발전과 사회구조 변화로 인해 와해되고 있는 반면 이러한 변화에 맞게 새로이 사회규범이 사회구성원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갈등과 문제들이 분출되고 이것이 범죄의 증가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현재 일종의 피로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앞만 보고 달려오다보니 너무 많은 사회갈등이 발생했고 일부 개인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규범의 틀 밖으로 나가서 해서는 안될 행동들도 많이 하고 있는 것이죠. 이제라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미 벌어진 갈등의 골이 깊은데다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지역간, 이념간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개인의 규범의식이 흐려지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기자

 

 

가장 필요한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교수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질서, 법, 도덕, 윤리와 같이 지켜야할 선은 반드시 지키고 그 안에서 경쟁하는 사회의 건강한 모습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 대한 사회 전체적인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기자

 

 

저서인 '한국의 연쇄살인'을 보면 시대별로 연쇄살인사건이 정리되어 있는데요.

실제로 연쇄살인이 점차 증가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충격적 사건에 대한 공포심과 두려움이 커서 착시현상을 보이는 것인가요?

 

교수

 

 

두가지 다입니다. 2000년대 들어 거의 매해 발생하는 등 연쇄살인 사건이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 발생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닌데도 사건이 자세히 알려지고 사람들의 안전욕구도 증가하다보니 이런 사건에 민감해지는 것도 사실이며 공포심과 두려움이 퍼지고 있습니다. 범죄학 용어로는 '비이성적인 공포심'이라고 부릅니다. 범죄학에서는 범죄 자체 못지 않게 사회에 해악을 주는 이러한 공포심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범죄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치라든지 어떤 상황에서 범죄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 어떤 행동이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고 되지 않는지에 대한 정보전달을 통해 지나친 두려움을 가라앉히도록 해야합니다. 한편, 개인들이 호신용품을 사고 호신강의를 들으면서 실제로는 안전하지 않음에도 자신은 이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잘못된 안정감'을 갖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경계하여야 합니다.

 

  

 <충격적 사건의 여파로 호신술,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범죄에 대한 '비이성적 공포심'을 갖거나 자신이 안전하다고 믿는 '잘못된 안정감'을 갖기보다는 냉정한 대처가 필요하다>

 

기자

 

 

범죄심리나 과학수사 분야에 대하여 평소 경찰에 조언을 많이 하시나요?

 

교수

 

 

범죄심리 부분은 경찰과 특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에서 범죄 프로파일러 양성과정 교육을 하기도 했고 중요사건이 발생하면 분석회의도 참석하는 등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현재 프로파일러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고 지망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교수

 

 

평소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부분 중의 하나가 프로파일러에 관한 것입니다. 홈페이지에도 반복해서 질문이 올라오는데 일일이 답을 드리지 못하고 있네요. 일단, 프로파일러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프로파일러가 멋지고 드라마틱한 역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프로파일러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고 수사에 있어서도 주된 수사주체로 자리잡고 있지 않습니다.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면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화려한 부분만을 보기보다는 프로파일러가 겪고 있는 실제 어려운 과정이나 노력한만큼 대가가 오지 않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도 프로파일링이 너무 좋아서 다른 부분은 희생하고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자세가 갖추어졌을 때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경찰관이 되는 것입니다. 그뒤에 수사경과를 부여받고 경찰청의 범죄분석요원양성과정을 이수하면 범죄분석요원이 되어 경찰청이나 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경기지방경찰청 소속의 범죄분석요원(프로파일러).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경찰관 채용시험에 합격한 후 범죄분석요원양성과정'을 이수하여야 한다> 

기자

 

 

범죄심리학자가 되신 계기가 있나요?

 

교수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화성에서 기동대 소대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직접 수사에 참여하지는 않았고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 검문검색이나 순찰을 주로 돌았는데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자괴감마저 느꼈습니다. 범죄자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 아닐텐데 하는 생각에 말 그대로 '미치도록 잡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경기도 화성에서 근무를 마치고는 경기도 부천경찰서에서 근무했습니다. 수사업무를 하면서 수사역량이 부족함을 느끼고 심리분석을 배우려고 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외국에 나가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서 즐겨보았던 '셜록홈즈'의 나라 영국에 가서 그들은 어떻게 범죄자를 잡는가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던 것이죠. 애초부터 학자가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장기국비유학생을 선발시험 공고를 보고 시험을 봤는데 다행히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합격한 후에는 어느 대학교에서 공부할지 막막해서 영국 대사관 문화원을 찾아가서 경찰학을 배울 대학교를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직원이 굉장히 당황하더군요. 결국 문화원에서 잉글랜드 데번주에 있는 엑세터대학교를 추천받고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제 대학추천 문제로 문화원 직원들이 회의까지 했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유서깊은 경찰학의 메카인 엑세터대학교에 가보니 경찰학 도서관이 따로있는 등 시설이나 교수진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경찰과의 연계도 뛰어나고 정말 연구환경이 환상적이었습니다. 여담으로 현재 친한 친구들은 제 성격을 알기에 어떻게 니가 교수가 되었냐며 장난삼아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요(웃음). 당시에는 정말 그런 완벽한 연구환경이 주어지다보니 정말 흥미와 재미 속에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런 노력들로 인해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죠. 처음 유학을 가서보니 제가 유일한 동양인이더군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경찰관이기 때문에 실무경험도 있고 대학시절 경찰학을 배운 경험이 있었는데도 언어장벽으로 6개월 정도는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하루 2~3시간 자면서 공부하다보니 쓰러진적도 있구요. 훗날 언어장벽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석사과정을 열심히 받던 중에 교수님이 박사과정을 제의하셔서 고민끝에 경찰관을 휴직하고 박사과정을 시작했습니다. 휴직하기도 쉽지 않아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후에도 학자의 길을 걸을 생각은 없었는데 당시 경찰관으로서 그동안 배운 것들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시행착오 끝에 경찰을 그만두고 경찰대학 교수가 되어 범죄심리학자가 되었습니다.

 

기자

 

 

평소 퇴근하시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교수

 

 

아이들이 아빠가 직업이 없는 사람인줄 알 정도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일은 많지만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남는 시간에는 항상 아이들과 대화하고 책읽고 운동하고 놀이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과거에는 퇴근하면 동료들과 술마시는게 당연한줄 알았고 약속이 없는 날에는 허전하고 섭섭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가족들과 지내며 보람을 느낍니다. 가족과 지내다보면 유흥이 주는 짜릿함이랄까 하는 것이 없고 소소한 시간의 연속이지만 가족과 동질감을 느끼고 추억을 공유하며 느끼는 보람이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 아이들은 밖에서 문제 일으킨 적 없고 맞고 온적은 있어도 때리고 온적은 없고 그렇습니다(웃음).

 

 <바쁜 와중에도 항상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표창원 교수.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기자

 

 

국내 경찰학 박사 1호이시고 그간 범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시는 등 역할이 크셨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계획이 어떠신가요?

 

교수

 

 

열심히 노력해야죠(웃음). 처음이다, 선구자다라는 과분한 평가는 고맙지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사실 저 이전에도 많은 분들이 학위만 경찰학이 아닐 뿐이지 관련 연구를 많이 하셨구요. 앞으로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고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제 능력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지나친 욕심이나 최고라는 자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요.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앞으로도 범죄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으로 장기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범죄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바람직한 우리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려는 노력도 늘어날 것이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범죄학 분야의 학문적 분위기와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학회나 저술활동, 강의에 많은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비판받을 준비도 되어있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앞으로 젊은 연구자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 부분들을 비판받으면 범죄학 연구가 더욱 발전되겠죠.

 

기자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경찰청 블로그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교수

 

 

현재 우리사회의 화두는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안타까움마저 느끼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경찰청 블로그를 만든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국유학에서 돌아온 직후에 PC통신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을 외치는 등 경찰과 관련된 토론논객으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경찰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찰에 대한 안좋은 사연만 들추면서 논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근거로 토론을 계속하다보니 나중에는 오해가 풀리고 친구가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떤 분들은 경찰 세미나에 오시기도 했고 어떤 분은 우연히 방송에 출연했을때 방청객으로 오셔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제가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소통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입니다. 경찰청 블로그도 처음에는 냉소적 반응에 힘들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기죽거나 상처받지 말고 진실로 소통하고자 한다면 결국에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대화'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욕을 쓰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진정 원하는 것은 대화입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진정 소통한다면

경찰과 국민을 잇는 다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창원
교수는...?

표창원 교수는 경찰대학에 재직 중으로 경찰대학 5기를 졸업(1989)하고 일선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중, 범죄학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영국 유학을 떠나 엑세터대학교에서 범죄심리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 1호 경찰학 박사인 표창원 교수는 연구와 강의, 학회활동은 물론이고 아직까지 일반 국민들에게 생소한 범죄심리학에 대한 저변을 넓히기 위해 평소 언론사 인터뷰, TV 프로그램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범죄를 연구하는 학자이다보니 다소 '무서운'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신창원 교수'로 소개된 적도 있지만, 실제로는 '훈훈한' 외모의 소유자이자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자상한 아버지이다. 대표적 저서로는 '한국의 연쇄살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