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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 딸들의 비상


재벌 3세 딸들의 비상

 

혹시 아들 제치고 후계?

▣ 글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2010-10-19 12:20:10

재벌가 3세들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형제경영 기업이던 두산, 현대, SK 등은 주로 아들에게만 그룹의 대권을 전승해 왔다. 하지만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최근에는 오너 일가의 3세 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특히 삼성가의 이부진·서현 자매, 신세계 정유경, 그리고 대한항공 조현아·현민 자매가 두드러 진다. 먼저 재계에 입성한 아들의 자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는 재벌가 딸들의 행보를 알아본다.

재벌 1~2세들의 경우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의 가풍 탓에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제한됐다. 대부분 조용히 안주인으로 남성을 보필하는 삶을 살았다. 일을 한다고 하면 사회봉사활동, 미술관 경영 등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시대에 발 맞춰 재벌가 딸들이 경영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2세 딸들 중 일부가 조금씩 일궈낸 텃밭에 탄탄한 학력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3세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이들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내면서 지금은 아들들의 아성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왼쪽부터) 이부진 - 이서현 - 정유경



재벌가 3세 여성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이는 단연 이부진(40) 호텔신라 경영기획담당 전무다.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해 전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이 전무는 2002년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무는 2005년 경영전략담당 상무보 승진 이후 본격적인 호텔 업그레이드 작업에 돌입했다. 신라면세점을 리모델링해 샤넬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을 확대함과 동시에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확대, 신라호텔 아케이드를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최고급 명품 브랜드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며 고급화 전략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전무는 호텔 부임 이래 매출을 3배 이상 늘렸다. 2002년 4157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09년 1조2132억 원을 돌파했다.

호텔신라를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 받은 이 전무는 지난해부터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전무를 겸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무가 호텔신라와 에버랜드를 묶어 계열분리를 해나갈 것”이라는 소문이 재계에 퍼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후계경영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룹을 세 자녀에게 분할상속하리라는 분석 또한 부상하고 있어 이와 같은 소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언니 이부진 전무가 서비스업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면 동생 이서현(37) 전무는 ‘크리에티비티’로 승부를 보려는 기세다.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전무는 지난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함과 동시에 제일기획 전무를 겸임하며 2009년 재계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이 됐다.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로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즈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 전무는 패션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 전무는 입사 당시 7%에 불과했던 제일모직의 여성복 시장을 19%로 끌어 올렸다. 제일모직 패션 부분은 3년 연속 매출 1조 원 이상을 달성하며 여성복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이 전무는 세계적인 셀력트샵 ‘10꼬르소꼬모’를 국내에 들여옴과 동시에 해외 명품 브랜드 수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명품 수입뿐만 아니라 국내 패션의 글로벌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디자이너 정구호씨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를 인수해 지난 2월 ‘헥사 바이 구호’라는 이름으로 뉴욕에 진출 시켰다.

이 전무는 “패션도 광고도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다를 바 없다”며 제일기획 전무로서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외동딸인 정유경(38) 조선호텔 상무도 지난해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사장은 백화점 부분에서 매장 리뉴얼 및 인테리어, 명품 수입 사업과 광고 및 문화마케팅을 주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이미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도와 백화점 신규 사업에 관여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후 지난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했다. 상무로 재직 당시 조선호텔을 명품 호텔로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기여한 공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부사장은 또 자신의 전공을 살려 객실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 작업을 주도했다. 호텔에서 제작한 캘린더, 성냥, 메모지, 룸 키 등 소품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쳐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고풍스러우면서도 젊은 느낌으로 호텔의 품격을 높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사에 근무하는 든든한 두 딸 덕분에 기업경영이 수월하다.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36) 대한항공 전무는 기내식 및 기내판매 사업을, 차녀인 조현민(27) 대한항공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팀장은 광고 및 홍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언니 조 전무는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로 입사해 기내판매팀장을 거쳤다. 또 지난해 인천 리젠시하얏트호텔을 운영하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에 올랐다. 전공을 살려 호텔, 관광업무에 중점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차녀이자 집안의 막내인 조현민 팀장은 최근 대한항공 광고를 총괄하면서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조 팀장은 각종 사업 마케팅 진행시 신세대답게 통통 튀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그룹 광고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한 조 팀장은 2005년 LG애드에 입사해 광고 제작 실무를 맡다 2007년 대한항공 IMC 과장으로 입사했다. 현재 이 부서에서 대한항공, 진에 등의 광고홍보 업무를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에서 100% 출자한 진에어의 등기이사로도 올 초 선임돼 그녀의 발 빠른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한편 일각에선 재계 3세 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자, 먼저 입성한 아들들의 자리가 위태롭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성보다 뚜렷한 경영성과를 내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 이에 해당 기업들의 후계구도가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