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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호킹(근육 마비 신형진씨)' 첫 월급 받고 아주 특별한 한턱

'연세대 호킹(근육 마비 신형진씨)' 첫 월급 받고 아주 특별한 한턱

친구사이 러포트 前주한미군사령관에 식사 대접

"와우, 내 친구. 아주 건강해져서 이제는 록스타 같은데. 졸업 축하해."

20일 점심시간 서울 서초구의 한 특급 호텔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친구가 만났다. 건장한 60대 백인 남성이 꽃다발을 들고 로비로 들어서면서 "5년 만이네"라며 활짝 웃었다. 휠체어에 누운 키 165㎝, 몸무게 47㎏의 20대 남성은 눈을 깜빡거리며 입을 움직였다. 그의 목소리는 휴대전화 진동음을 닮았다.

외국인은 리언 러포트 전 주한미군 사령관(65), 휠체어에 누워있는 사람은 '연세대 스티븐 호킹'으로 알려진 신형진(28)씨다. 신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 전체가 서서히 마비되는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어 죽음과 등을 맞대고 살았다. 입학 9년 만에 연세대 컴퓨터공학부를 졸업했고, 지난 6월부터 모교 응용연구소에서 일한다.

어머니 이원옥(65)씨가 "취직해서 처음 번 돈으로 '미스터 제너럴'(장군)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 싶었대요" 하고 말을 전하자, 사령관은 "형진이 부자 됐네. 가장 비싼 메뉴로 먹어야겠는데?" 하고 윙크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7년 전 시작됐다. 2004년 7월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부에 재학 중이던 신씨는 외할머니 팔순 잔치에 가려고 미국을 방문했다가 병세 악화로 중태에 빠졌다. 의료 시설과 충분한 공간을 갖춘 민간 항공기를 찾지 못한 신씨는 3개월 가까이 돌아오지 못하고 미국에 머무는 신세가 됐다. 그러던 중 신씨가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러포트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 직접 신씨를 미군 특별기에 태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러포트 전 사령관 내외는 신씨가 입원 중이면 병문안을 갔고, 상태가 호전된 뒤 집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신씨의 어머니 이씨는 "지난 2006년 사령관님이 이임식을 하실 때는 우리 가족 전체를 초대했다"며 "퇴임 뒤 미국에 돌아간 뒤에도 형진이와 틈틈이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러포트 전 사령관은 "꿋꿋하게 삶의 의지를 보이는 내 친구 형진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군인으로서 나도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러포트 전 사령관이 서울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 '아덱스'에 참관하려고 지난 17일 방한하면서 이뤄졌다.

이씨는 "지난 주말 사령관님이 형진이에게 '한국에 가면 꼭 만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셨다"며 "형진이가 연세대 응용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며 받은 첫 월급으로 꼭 한턱 내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신씨가 "사령관님이 음식 먹는 걸 보니까 기쁘다"고 하자, 러포트 전 사령관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이제까지 먹은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러포트 전 사령관은 자기 사진이 든 액자를 신씨에게 선물했다. 액자 유리에는 사령관 자필로 은빛 글씨가 적혀있었다. "졸업 축하합니다. 굉장히 자랑스럽고, 마음을 다해 존경합니다. 리언 러포트."





형진군이 미국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었을때 한국까지의 긴급이송을 도왔던 라포트 전 주한미군 사령관. 그런 사령관에게 첫 월급으로 식사대접을 하는 신형진 군.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