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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하나가 집을 바꾸네

 




샹들리에, 펜던트 조명, 플로어 스탠드…, 기능도 디자인도 다양한 실내조명의 세계

당신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빛의 표정은 몇 가지인가. 어둠이 내리면 똑딱 형광등을 켰다가, 잠들 때면 다시 형광등을 끄는 것이 조명의 전부는 아닌지. 눈부시게 환한 빛과 잠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까만 어둠, 이 두 가지가 혹시 당신이 느끼는 조명의 전부였다면 이제 조명에 눈떠 보자.

아직도 거실엔 형광등이 전부?

밝고 환한 하나의 불빛이 강조되었던 조명은 이제 세분화되고 다양화된 빛으로 바뀌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최신 흐름이 읽히는 아파트 모델하우스만 들여다봐도 이런 변화는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 아파트 브랜드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간에 따라 다른 특색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거실에는 안으로 숨긴 부드러운 간접등과 메인등을 함께 설치하고, 주방에는 샹들리에의 화려한 빛으로 식탁 위의 고급스러움을 살린다. 보조주방, 수납장, 선반마다 기능적인 보조등을 장치한다. 그런가 하면 포인트 벽지로 장식을 내는 복도와 갤러리월에는 독특한 장식이 돋보이도록 부분조명을 설치한다. 침실·다용도실에는 테이블 스탠드를 설치해 은은한 빛으로 휴식공간에 걸맞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매입형 조명등, 메인 조명등, 부분조명등을 비롯한 다양한 조명등을 공간과 매치해 분위기에 따른 세심한 조명 연출을 완성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조명디자이너 윤승현씨는 아파트의 보급으로 정착된 조명은 이제껏 평면 위에 표시된 단순한 장치에 불과했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의 조명은 평균적인 조도를 공간에 적용한 것에 그쳤다는 것. "예전에는 조명을 전문적인 조명디자이너의 작업이 아닌, 그저 전기설비 기술자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인테리어가 고급화·다양화되면서 조명 또한 어둠을 밝히는 기능적인 장치에서 나아가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 요소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빛이 바뀐다고 해서 무엇이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면 자연의 빛을 떠올려 봐도 좋다. 차갑고 맑은 아침의 햇살부터 차분한 오전의 빛, 현란하게 밝은 오후의 빛, 저물녘의 따뜻한 빛, 붉은 노을과 달빛까지. 각기 다른 빛에 따라 우리 기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외부와 단절된 현대 주택에 갇혀 내부의 빛에 의지해 살아오는 동안, 우리는 그 다채로운 빛의 스펙트럼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자연광 못지않게 실내의 빛을 감성적으로 디자인하는 시대가 되었다.

장식효과가 큰 펜던트 조명

윤씨는 지난 8월 화제리에 완성된 서초동의 고급 오피스텔 '부티크 모나코'의 조명 디자인을 담당했다. 마티스, 샤갈, 피카소 등 유명 화가를 테마로 한 인테리어에 매입등, 펜던트 같은 여러 방식의 조명을 설치해 건축 안에 빛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다. 그중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색온도를 2700K에서 4000K까지 조절할 수 있는 '조광기'다. 이는 필요에 따라 공간에 다양한 색온도의 빛을 연출해 이른 아침 하늘빛부터 저녁 빛까지 거주자 마음대로 빛의 무드를 연출하도록 하는 기구다. 조광기는 최고급 주택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에도 점차 애용되는 추세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길연씨는 "요즘 주부들이 인테리어에 많이 공을 들이는 공간 중 하나가 주방"이라며 "주방 조명등의 경우 조광기로 빛을 조절해, 평소에는 환하게 두다가 와인을 마시는 특별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면 은은한 빛으로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빛의 양과 질을 디자인하는 것과 함께 두드러지는 또다른 변화는 빛을 퍼뜨리는 조명등의 형태에서도 스타일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근래에는 인테리어 스타일과 어울리는 형태를 찾아 미적인 역할까지 만족시키는 조명등을 선택한다. 모던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다면 스틸·유리·플라스틱 등 매끈하고 현대적인 소재로 디자인된 군더더기 없는 조명등을, 내추럴 스타일을 원한다면 나무·종이·패브릭 등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린 조명등이 어울린다.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낡은 듯한 스틸·플라스틱에 단순한 기능미를 강조한 기능 디자인의 조명등을 매치한다.

펜던트, 플로어 스탠드, 테이블 스탠드 등 활용 가능한 조명의 형태도 여러 가지다. 그중 백미는 천장에 줄을 이용해 매다는 펜던트 조명. 천장에서부터 공중으로 드리워지기 때문에 시선의 중심에 놓여 장식적인 효과가 크고, 조각 같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제품들이 많다. 덴마크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였던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베르팬 제품들은 화려한 조형미를 자랑하고, 조명학의 선구자 폴 헤닝슨이 디자인한 루이스 폴슨 제품들은 단순하지만 우아한 비례가 멋스럽다. 이들은 인테리어에 공을 들인 집에서 곧잘 볼 수 있는 명작 펜던트들이다. 최근에는 빛을 낸다는 조명의 본분보다는 오브제로서의 구실을 강조한 제품들도 쏟아져 나온다. 영국 톨슨 반 앨튼사의 비둘기 조명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조각이며, 이탈리아 메리탈리아의 조명소파 '비아라떼'는 가구에 빛이 결합된 형태로, 지난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화제가 되었던 디자인이기도 하다.

테이블 조명만으로도 특별한 기분을

어두운 밤 빛이 나오는 소파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어떤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 바쁜 일상사에 불 하나를 켜고 끄는 사소한 차이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는 곧 디자인의 가치이다. 윤승현씨는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조도를 갖춰놓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별도의 조명을 자유롭게 연출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간편한 방식"이라고 조언한다. 집 자체의 조명은 전선 등의 설비 공사가 필요하므로 이사하거나 레노베이션 하지 않으면 대대적으로 바꾸기가 힘들다. 대신 별도 설치가 얼마든지 가능한 테이블 스탠드나 플로어 스탠드를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올가을에는 나무·패브릭 등 자연 소재 제품이나 자연 모티프를 살린 조명으로 편안한 무드를 살려보는 것이 어떨까? 깊어가는 가을밤, 은은한 부분 조명등만 켜둔 채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다가 깜빡 졸음에 빠지는 것도 계절을 즐기는 근사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불조심만 한다면 은근히 주변을 밝히는 촛불 또한 훌륭한 방법이다.

글 손영선/ 프리랜서 칼럼니스트·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촬영협조 에이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