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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끌어낸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위

 

“자백하면서 울었지만 반성 아닌 포기의 눈물”

범죄심리분석가 권일용 경위가 관련 자료를 읽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프로파일러(Profiler·범죄행동분석관). 범죄 양상 등을 토대로 범인을 유추하는 수사 전문가다. 범인 검거 후에는 신문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프로파일러 국내 1호는 권일용(43) 경찰청 범죄정보지원계 경위다.

권 경위가 20일 안양 초등생 살해 피의자 정모(39)씨와 마주 앉았다. 두 평 남짓한 안양경찰서 피의자 조사실에서다. 정씨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때론 묵비권을 행사하자 수사본부가 도움을 청한 것이다.

권 경위와 정씨의 첫 대면은 긴장감 속에서 이뤄졌다. 피의자 정씨는 여전히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경찰 수사를 비웃듯 “어깨를 만지자 소리를 질러 담벼락으로 밀었는데 숨졌다”고 거듭 주장했다. 아동을 상대로 한 음란 동영상과 사진에 대한 질문에도 “당신도 보다 보면 점점 더 자극적인 걸 원하지 않느냐”고 맞받았다고 한다.

5시간의 대면에서 권 경위는 정씨가 자신의 주장이 모순이라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탐색전이 끝난 뒤 권 경위를 비롯한 프로파일러 5명은 밤새 분석 작업을 했다. 그 결과 새로운 신문전략이 세워졌다. 인간적 접근 방법을 토대로 자백을 유도키로 한 것이다.

21일 권 경위는 정씨와 다시 만났다. 그에게 부모의 이혼 등 살아온 얘기를 할 기회를 줬다. 진솔한 자세로 그의 얘기를 경청하면서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씨의 얘기는 한참을 이어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난 항상 다른 생각의 방에 갇혀 살았다”는 말을 꺼냈다. “선배도 있고, 사귀는 여자도 있었지만 점점 사라져 지금은 늘 혼자 술 마시고 소리 지르고 대여섯 평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해 왔다”고 말했다. 진실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말문이 트인 정씨는 피해 의식도 드러냈다. “여자들이 능력과 직업, 돈이 없다고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며 우울해했다. 인간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날 오후 5시쯤 권 경위는 “세상에는 당신처럼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이 많지만 모두 살인과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며 정씨를 압박했다. 자백도 권유했다. 그제야 정씨는 “모든 게 현실로 다가온다”며 고개를 떨궜다.

권 경위는 정씨의 방어막이 뚫렸다고 판단했다. 그 직후 안양서 수사팀이 신문실로 들어갔다. 그들은 증거를 들이대며 정씨를 추궁했다. 오후 10시쯤 정씨는 “술 마시고 본드를 흡입한 상태에서 담배를 사러 가다 만난 두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성추행한 뒤 살해했다”고 실토했다. 2004년 7월 군포에서 실종된 40대 여성도 자신이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이틀에 걸친 심리전 끝에 79일간 베일에 싸여 있던 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의 진상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다음은 권 경위와의 일문일답.

-정씨가 왜 거짓말을 했다고 보나.

“성추행이라는 진짜 범행 동기를 숨기려 했던 것 같다. 정씨는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성향을 갖고 있었고 ‘나를 건드리면 나는 언제든지 너를 죽일 수 있다’는 심리 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정씨가 자신의 범행에 대해 뉘우치던가.

“자기 행동을 반성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반사회성인격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정씨는 자백을 하면서 울었는데, 반성의 눈물이라기보다 더 이상 자신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포기의 눈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정씨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동기가 뭘까.

“정씨는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성적으로 왜곡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고립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정씨는 평소 모든 것을 혼자 집에 숨어서 해결하곤 했다.”

글=임주리·홍혜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권일용 경위=2000년 2월부터 프로파일러의 길을 걸어 왔다. 1993년 과학수사팀에 발령을 받아 현장감식요원으로 근무했다. 8년여의 현장감식 경험과 독학으로 범죄심리학을 공부한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다. 현재 국내에는 34명의 프로파일러가 활동 중이다. 그는 프로파일러의 시조인 미 연방수사국(FBI) 존 더글러스의 ‘마인드 헌터’ 등 원서를 독파해 프로파일링 세계에 입문했다. 미국 연수를 꿈꿨지만 경찰 현실이 용납하지 않아 접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정남규를 포함해 그를 거쳐간 범죄자만 300여 명이 넘는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1989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구체적인 인적 사항 공개를 거부했다.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정남규를 조사할 때 정씨의 집에서 수사기법이 담긴 본인의 인터뷰 기사가 스크랩돼 있는 걸 보고 놀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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